첫째 1943일, 둘째 493일
여느때처럼 아이들 등원시키는데, 둘째는 오늘은 등원할 때 초인종 누르면서부터 싱글싱글 웃으며 들어갔다.이제 어린이집 등원 두 달째인데 적응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고나니, 어제 빨래하고 꺼내는데 냄새가 좀 났던 것이 생각나 아기세탁기랑 모두 세탁조청소 돌리고건조기 꺼내는데도 먼지가 많고 냄새가 영 쿰쿰한 것 같다.콘덴싱 케어까지 다 돌리고 기본 집안일 조금 해놓고 빨래개다 보니 아이들 하원시간이다.
첫째 학원 보내주고 바로 둘째 하원하고 밥주기.요새 밥만 주면 잘 안먹는 둘째라 좋아하는 반찬 올려서 밥이랑 같이 먹였다.아주 잘 먹는다. 밥을 좀 많이 펐는데 다 비웠다.
저녁 먹이고 바로 첫째 데리러 출발.오늘 자음은 'ㅈ,ㅊ' 까지 나가긴 했는데 어제 배웠던 것 중에 'ㅁ,ㅂ'은 아직 습득 못 한 것 같다고 한다.모음은 좀 어려워해서 'ㅏ,ㅑ' 그대로 하고 자음과 합쳐서 '가,나'를 배웠다고 한다.다음은 '다,라,ㅓ,ㅕ'까지 더 확장해보는 걸로 할 것이라고 한다. 자음은 금방 외울 것 같다고.
마트에 들러서 간식거리 조금 사고 집으로 가는데 남편과 마주쳐서 같이 올라갔다.
남편은 여전히 속이 좀 불편해해서 계란죽 끓이고, 첫째는 계란밥먹겠단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있는데 첫째가 갑자기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팔찌 잃어버렸다고 울음을 터트린다.
아침에 유치원에서 만들었던 팔찌 하고 갔었는데, 선생님이 잃어버릴까 수거했다가 안 넣어주신건지, 잃어버리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방 안에는 없다.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가져가지 말라니까, 굳이 가져가놓고는...
뺀질뺀질 밥 먹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려 집안 분위기는 얼음장..
계속 우느라 밥도 안 먹으니 남편은 자꾸 치우라고 짜증내고, 아이는 먹겠다고 밥그릇 사수.
혼나면서 먹어서 그런가, 둘째가 뽑아놓은 티슈들 처리를 위해 창틀 닦고 있었는데 첫째가 갑자기 토할것같다면서 나에게로 달려오다 그자리에 구토를 해버렸다.
남편이나 나나 몸상태도 좋지 않고, 화도 나 있었던 상태라 둘 다 아이에게 무섭게 대한 듯 싶다.
토사물 처리 하고, 아이 대충 씻기고 옷 갈아입고 나서 다시 앉아서 얘기했다.
밥은 1시간 이내에 먹는 거고 밥 먹으며 딴짓 하지 않는거다, 유치원에서 잃어버린 것은 지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속상할 수 있지만 밥먹다가 갑자기 멈추고 너가 원하는 것만 해달라하면 안되는 거다, 밥 먹을 때는 밥만 먹는 거다, 시간 오래 지나 밥 치운다할 때 붙잡는 거 안된다.. 아이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던 상황이라 금방 끝나기는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가 피곤했던 상태라 학원에서 데려올 때 불안불안하긴 하더라.
끝나고 첫째는 우선 자라고 들여보내고, 남편하고 투닥투닥 아까의 상황을 조금 얘기했다.
한 명이 얘기하고 있으면, 답답하고 짜증나더라도 입꾹닫하고 있으라고, 둘 다 화내고 혼내면 아이 스트레스 받고 무서워한다고.
무심한 편인 츤데레에 극T인 남편이라 듣는 시늉만 한 것 같지만은...

아이 재우며 남편도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조곤조곤 얘기했다.
아이는 아빠가 안아주며 얘기하니 서러운게 조금 풀리는 건지 약간 울먹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아이를 낳은지도 만 5년이 지나가지만, 나는 아직도 제대로된 어른이 아닌 것 같다.
사랑으로만 품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순간순간의 화를 제대로 컨트롤을 하지를 못하는 나를 보면 한심스럽다.
육아는 인내의 길이라고 하던데.. 아이를 보면 사랑스럽다가도 걱정스럽다가 미안하고 고맙기도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참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아이들인 것 같다.
원해도 하늘이 보내주지 않으면 못 안아봤을 원석들인데, 이런 아이들을 조금 더 반짝이는 사람으로 자라게 도와주려면 나 자신이 조금 더 자라고 강해져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조금만 더 마음을 다잡자,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부서지지 않게. 훗날에 후회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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